디씨 힛갤에서 화제가 되었던, "그냥걷기"를 드디어 다 보았다.
친구 녀석이 추천해주어서 보게 되었던 건데, 문체가 솔직하다는 게 정말 맞다. 재미도 있고. 한 데 버려진 헌 장갑과 인형 팔의 배치 그리고 '날 버리지마'였나? 캡션 ㅋㅋㅋ 정말 '음?ㅋㅋ'하게 만드는 것들.
걸은이는 올해 스물넷이 되었겠지. 정말 저렇게 걸어 돌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. 놀랍기도 하고, 나라면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다가 한 짐 들고 시작했을 거라고, 아니, 짐 싸다가 포기했을 거라고 생각한다. 시작이 반이라지만 또 시작이 제일 어려운 거라고.
법정 스님의 책을 읽고 있는데, '지금 출가를 꿈꾸는 그대에게'라는 부분이 있다. 거기에 출가는 어느 순간 한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라 하셨다. 길 위에서 '나는 왜 출가했는가? 무엇을 위해 출가했는가?'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 참 출가자의 정신이라 하셨다. 그렇게 깨어있어야 한다고 하셨다.
걸은이 자신은 몰랐을 지 몰라도, 나는 걸은이가 일종의 수행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. '그냥 걷고 싶어서' 걸었다하지만, 어디서 언제 들었는 지도 모르는 '무전여행'의 개념을 해보겠다고 하루하루 간단한 일을 도와주고 1000원, 2000원 푼돈을 받아 쓰면서 걷기 여행을 하는 게 어디 고만고만한 일인가.
나는 언제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본 적 있던가 돌아본다. '그냥 걸어보겠다' 나선 길에 잘 짜여진 소설 같은 이야기를 보여준 걸은이에게, 고맙다 말하고 싶다.